오늘의 한 장면 5

성탄

남편을 만난 이후로 연애시절부터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명동성당을 찾았다. 우리 혼인강좌도 명동성당에서 들었었지. 작년엔 아장 아장 걷는 쪼꼬미 아기를 데리고 늦은 밤을 즐기기도 했었고. 올해는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집에서만 머문 성탄절. 그래도 못내 아쉬워서 동네 성당을 찾았다. 어릴 때 기억 때문일까.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진 않지만 이 곳만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위로 받는 마음에 울컥해진다. ‘올 한 해도 고생 많았다. 잘 하고 있다.’ 추운데 어린 아가까지 데리고 명동성당을 꼭 찾는 그 발걸음이 가볍진 않았었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너무나 소중한 추억이고 기억이다. 내년에는 성탄절을 다시 그 곳에서 보낼 수 있길 바라며. 올 한 해 고생하셨을 모든 분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보낸다. 메리 크리스마스.

애동지

2020년 12월 21일 오늘은 애동지라고 한다. 예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 애동지에는 팥떡을 먹었다고. 아이가 있는 우리집은 그 말을 그냥 넘길수가 없어 팥시루떡을 꺼냈다. 급 먹고 싶어 만든 떡볶이와 함께. 무엇이든 가족과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하고 행복한 연말이다. 건강과 안전이 화두가 되어버린 요즘, 모든 가정이 편안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해본다.

대낮에 다이어리를 펼치고.

어젯밤 온 눈을 뒤로 할 수가 없어서 남편, 아기와 아침 산책을 다녀왔다. 뭉쳐지는 눈이 아니라 아빠와의 눈사람 만들자는 약속은 뒤로 미뤄야 했지만. 소복소복 쌓인 눈에 조심스레 한 발 한 발 내딛는 아가를 보고 있노라니 아이와 함께 나아갈 우리의 발자국에도 한 발 한 발 정성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집에 와서 잠깐이라도 내 시간을 갖고 싶다는 마음에, 엄마에게 잠시 시간을 줄 수 있어- 라고 말을 했더니 옆에서 열심히 가위질을 연습하며 내 다이어리 정리 시간을 내어준다. 햇살을 받으며 다이어리를 펴본게 얼마만인지. 그렇게 해서 남긴 한 컷. _ 그렇게 아이는 커가고 내 시간도 아주 조금씩이지만 늘어난다. 참으로 감사하다.